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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폰트가족 두 번째 이야기, 메튜 카터의 Sitka 폰트




폰트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역사, 매튜 카터(Matthew Carter, 1937~)

출처 : myFonts(바로가기)



18세부터 77살이 된 현재까지 약 60년간 한 업종에 종사한 디자이너, 어느, 젊은이보다 더 활발하게,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는 폰트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역사 매튜 카터. 그는 과거 금속활자부터 사진식자를 지나 현재 디지털활자에 이르기까지 활자 역사의 변천을 모두 경험하며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해 글자를 디자인해오고 있다.

 


매튜 카터의 다양한 활자 디자인 경험을 드러내는 삽화

이미지 출처: <한 줄의 활자(2010)> 101쪽



그가 디자인한 수많은 폰트 중 MS Windows 기본 폰트로 사용되고 있는 Verdana, Georgia, Tahoma 그리고 Bell Centennial이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그는 2013년 또 하나의 폰트를 발표하였는데, 바로 Sitka(이하 싯카)라는 이름의 폰트이다. 지금부터 폰트가족 두 번째 이야기, 매력 넘치는 시카에 대해 알아보자.





싯카의 식구는 대가족?


싯카는 MS Windows 8.1 업데이트 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폰트이다. 모니터 화면에서 잘 보이도록 제작된 각진 세리프(Wedge Serif)를 가졌으며, 총 네 가지 스타일(Regular, Italic, Bold, Bold Italic)의 가족군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싯카는 4가지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폰트의 개수는 총 24개이다.


싯카라고 적히 이름 옆 문장을 살펴보자.


이미지 출처 : 바로가기



싯카는 폰트 디자이너인 매튜 카터와 디지털 폰트 제작 전문업체인 Tiro Typeworks. 그리고 Microsoft의 OS인 Windows 8.1이 만든 새로운 폰트가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4개의 스타일에는 각각 6개의 폰트(Small, Text, Subheading, Heading, Display, Banner)가 있는데, 이 6개의 폰트는 크기별로 글자의 형태가 최적화 되어있다. 그래서 4 곱하기 6, 총 24개의 폰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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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24종의 폰트는 어떻게 운용될까? 싯카 가족은 위 이미지처럼 각 스타일끼리 동일한 이름으로 묶여있다.(SitkaZ : Bold Italic을 가리킴). 이는 TTC라는 포맷(True Type Collection, TTF 여러 종을 묶어놓은 포맷)으로 되어있으며 그 TTC를 분해하면 아래와 같이 크기별 폰트파일(TTF) 6종이 들어있다.



Sitka Family의 폰트 구성



이렇게 만들어진 24종의 싯카는 Windows 8.1에서 빛을 발하는데, 예를 들어 Windows 8.1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워드 프로그램에서 Sitka 폰트로 문서를 작성해 제목은 22pt로 지정하고 본문은 10pt로 지정하면 이 때 컴퓨터는 재빨리 22로 지정된 글자에서는 Sikca Heading 폰트를 내보내고, 10pt로 지정된 글자에는 Sitka Text 폰트를 내보내게 된다. 사용자는 그저 하나의 Sitka 폰트를 사용했을 뿐인데 폰트 크기를 다르게 지정함에 따라 OS에서 자동으로 각 크기에 맞는 가장 최적화된 폰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OS에서 지정된 Sitka 크기별(pt) 폰트 구성

이미지 출처 : 바로가기



이런 편리함은 OS에서 뒷받침하는 기술 덕인데, 싯카를 설명할 때 ‘Available with Microsoft Windows’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말하자면 싯카는 글자의 크기별로 최적화된 폰트가 나뉜 폰트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폰트가족은 왜 필요한 것일까?





벡터의 약점을 극복한 6개의 폰트


폰트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글자는 하나의 벡터(Vector)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벡터의 특성상 글자의 크기가 어떠하든(1 ~ ∞pt) 모두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비트맵(Bitmap) 폰트와 비교해서도 큰 장점.


그러나 이 벡터의 특성은 폰트로 사용될 때는 오히려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벡터를 크기에 따라 확대, 축소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일정 크기에서는 글자 굵기가 알맞게 표현되다가 작은 크기에서는 약하게 표현되고 큰 크기에서는 더 강하게 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폰트 디자이너는 특정 크기에 맞게 디자인한 뒤 최적화된 포인트를 명시해놓기도 한다.




하나의 벡터로 크기를 확대, 축소했을 때(좌): 크기에 따라 굵기가 달라 보여서 작은 글자일 때 획이 덜 선명하게 보인다.

각 크기에 최적화된 벡터와 그를 최적의 크기로 표현했을 때(우): 크기가 작아져도 그것에 맞게 수정된 벡터로 인하여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튜는 크기별로 최적화한 6개 폰트로 제작해 가족을 만든 것. 단, 이렇게 글자 크기별로 가족군을 만든 것은 싯카 이전에도 있었다. 에릭 슈피커만의 FF INFO(1996), 매튜의 Miller(1997), 고바야시 아키라의 FF Clifford(1999) 등. 그 것들과 싯카와의 차이점은 컴퓨터에서 기본적으로 자동화하여 하나의 폰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글자는 가독성을 위해 작은 크기로 보여질 때 더 큰 속공간을 가져야 하며, 명확한 표현을 위해 획이 굵어야 한다. 그래서 매튜는 가장 큰 크기에 적합화된 Banner를 기준으로 그보다 작은 크기에 사용될 폰트들을 점점 크게 키워 Small일 때 글자가 가장 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Small과 Banner의 같은 글자 B를 비교해보자. 전체적으로 글자의 크기는 105% 더 커졌으며 세로기둥의 굵기는 120% 더 굵어졌고, 가로줄기의 굵기는 대략 190% 정도나 더 굵어졌습니다.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획도 굵어졌고 세리프의 표현도 더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작은 크기로 사용될 때 더 뚜렷하게 보이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Sitka Banner(회색)와 Sitka Small(하늘색)의 글자 B 비교(좌), 

같은 크기일 때 6종의 굵기와 크기 변화 단계(우)

 


이렇게 글자 크기별 최적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폰트 디자이너와 디지털폰트 전문가, 가독성 연구 과학자, 그리고 컴퓨터 OS 기술까지 합작해 만들어진 Sitka 폰트가족. 기회가 된다면 사용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런 시도는 알파벳이기에 조금 더 제작이 용이했던 듯하다. 한글도 이러한 폰트가족군들이 나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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