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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영문폰트] 패션잡지 ‘보그’에 사용된 영문폰트, 디도와 보도니의 차이점


세상에는 수많은 영문폰트가 존재한다. 어떤 폰트는 옆에 있으면 도통 무슨 폰트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폰트들도 있고, 다른 폰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영문폰트도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디돈 양식’의 폰트는 아주 독창적인 폰트다. ‘디돈 양식’이라는 명칭이 낯설 수도 있지만, 디자인 전공자라면 ‘보도니’란 폰트는 들어 봤을 테고, 비전공자라도 패션 잡지 ‘보그’나 ‘바자’의 로고 타입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디돈 양식’의 대표적인 서체인 ‘디도’와 ‘보도니’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획의 대비가 뚜렷한 ‘디돈 양식’


그렇다면 ‘디돈 양식’이란 무엇일까? 한국타이포그래피학회에서 지은 <타이포그래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디돈 양식을 정의하고 있다.



[디돈 양식]

 

디도체와 보도니체로 대표되는 글자체 양식.18세기 초반에 완성된 프랑스의 왕의 로만체가 씨앗이 되었다. 이 글자체는 수학적 형태와 비례미를 반영하여 디자인되었고, 디돈 양식은 이런 기하학적이고 수학적 형태 원리를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글자 모양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을 두고 비례는 수학적으로 고려하여 글자의 가는 가로획과 굵은 세로획이 세리프 없이 직각으로 만나는 등 글자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대비를 보인다. 전형적 글자체로는 디도체, 보도니체, 발바움체, 페니스체 등이 있다.

 

출처 :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타이포그래피 사전>



펜글씨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진 ‘디돈 양식’은 그 당시 전반적으로 인쇄술이 발달(종이와 잉크의 품질 개선 등)하여 가는 획과 또렷한 획의 대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디도’와 ‘보도니’ 서체란?


그렇다면 이제 디돈 양식의 대표적인 ‘디도’와 ‘보도니’ 서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1. 디도(Didot)


‘디도(Didot)’는 1783년 프랑스 파리의 피르맹 디도(Firmin Didot)에 의해 만들어졌다. 디도의 가문은 프랑스의 인쇄업과 서적상 가문으로도 유명하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전에 만들어진 서체이기 때문에 디지털화하면서 다양한 영문회사에서 작업한 덕에 여러 버전의 ‘디도’가 있다. 아래는 1960년대 CBS 방송사에서 사용된 디도 서체인데,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출처 : Burning Settlers Cabin



2. 보도니(Bodoni)


다음은 ‘보도니’ 체에 대해 살펴보자. 보도니는 극명한 선의 굵기 대비에 아주 가는 세리프(Hairling Serif)가 달려 있어서 본문용보다는 임팩트 있게 제목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그만큼 잡지 가판대에서 행인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잡지 제호로서 손색없는 서체라고도 할 수 있다.

보도니는 워낙 인기가 많은 폰트 중 하나여서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은 써보지 않았을까 하는 서체 중 하나다. 이라는 책에서도 보도니를 다루기도 했는데, 타이포그래피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보도니체]

 

1970년대 이탈리아의 잠바티스타 보도니가 디자인한 세리프체.
가는 가로획과 굵은 세로획이 브래킷 없이 직각으로 만나며 둥근 글자의 축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활자 조각 도구의 발달, 표면이 매끄러운 종이, 인쇄적성이 좋은 잉크 등 당시 전반적인 인쇄술의 발달이 이러한 극단적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 글자의 모양과 비례가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글자의 강한 수직성 때문에 가로로 문장을 읽어 나갈 때 시선이 역행하므로 글줄 사이를 주의 깊게 조절해야 한다. 획의 굵기 차이가 현저하여 눈에 피로감을 주므로 긴 텍스트에는 적합하지 않다.

 

출처: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타이포그래피 사전>




 

출처 : blushpublishing




디도와 보도니 차이점 분석


그럼 이제 두 개의 폰트를 비교해보자. 서체를 비교할 때는 글줄이나 획의 두께 차이, 둥근 모양의 활자의 열린 정도를 가리키는 애퍼추어(Aperture)나 세리프의 모양, 축(axis, stress) 등을 모두 비교하는데, 아무래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자소의 모양이다.


 



[위] 디도, [아래] 보도니 / 출처: Fonts.com


‘fonts.com’ 사이트에서는 본인이 알고 싶은 폰트에 텍스트를 넣으면 미리 보기를 할 수 있다. 책에서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특징이 되는 글씨는 바로 사진에 있는 ‘QPWt269’. Q의 모양을 보면 꼬리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도’의 꼬리는 마치 여우 꼬리처럼 몸통에서 얇게 나왔다가 풍성하게 굵어지는 라인이다. 이와 달리 ‘보도니’는 비교적 단정하게 삐져나와 있다. P의 경우에도 ‘보도니’는 가로획이 모두 직선이지만, ‘디도’는 왼쪽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굴려지고, 다시 들어가는 가로획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W는 보다시피 ‘보도니’는 V가 두 개 겹쳐진 모양이고, ‘디도’는 겹쳐진 부분의 획을 생략했다. t 역시 ‘디도’는 세로획의 시작되는 부분이 움푹 파여 곡선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디도’가 가로획이 더 얇고, 글꼴 전체적으로 곡선의 느낌이 더 많이 살아 있어 여성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인상이다. 이에 반해 ‘보도니’는 좀 더 주목성이 강한 모양이다.


두 서체 모두 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서체로,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