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이 얼마나 나른한 풍경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머나먼 하늘과,
그 아래에서 피둥피둥 몸집이 불어 더는 달리지도 못하게 된 말이라니.
굳이 말들이 아니라도, 이른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람도 가을에는 살찐다.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사회인들의 내면에 스멀스멀 생겨나는 초조함.
연초에 계획했던 많은 일, 그러나 시작도 못했거나 흐지부지된 많은 일,
취업•승진•결혼에 대한 압박, 내 집 마련도 네 집 마련도 만만찮은 경제 사정 등등.
이 초조함들이 바로 칼로리다. 그걸 먹고 마음은 둔해진다.
마음이 둔해지면 몸도 굼뜬다. 그렇게 오래전 마음먹었던 근사한 상상들을, 꿈들을
잊은 채로 하루하루 버텨내는 데 모든 체력과 감정을 소모한다.
하늘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아 보인다면, 팔을 뻗어 자기 키에 맞게 내려보자.
호로록 풀만 뜯어 먹고도 돼지가 돼버린 말들을 일으켜 다시 뛰도록 하자.
어느 노랫말처럼, “마음을 한 조각만 먹어보는” 거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시나브로 졸아드는 우리 내면을 깨워줄
인상적인 에피그램 10선을 마련했다. 아무리 평범한 메시지라도
어떤 폰트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인상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럴진대 ‘비범한’ 메시지는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메시지 전달의 강렬함과 명확함을 더하는
윤명조 700 시리즈로 표현한 에피그램 10선.
우리 모두의 마음이 말근육처럼 탄탄해지기를 바라며-
그 마음의 도약으로 높은 하늘 따위 펄쩍 뛰어 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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