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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보도니는 부고장에 제격”이라고? 디자이너 15인의 남다른 어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살아 있을 때는 어록(quotes)을 남긴다. 직접 만나 대화해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어록을 통해 대강의 성격과 취향 정도는 예측해볼 수 있다. 유명인들의 어록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대면할 수는 없을지라도, 세간에 퍼져 있는 어록으로나마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은 욕구 말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생각(견해)이 청각화된 것이 ‘말’이며, 시각화된 것의 한 종류가 ‘디자인’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명성 자자한 열다섯 명의 디자이너 선생님들은 어떤 어록을 남겼나, 하는 궁금증은 곧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기도 하다. 그 호기심 보따리를 여기 폰코스토리에 풀어보았다. 디자인계 유명인사 15인의 남다른 어록. 과연, 역시, 남다르다.



1. 보도니는 부고장에 제격인 서체다!

Bodoni would be an admirable letter for a death notice!


게릿 빌렘 오빙크 Gerrit Willem Ovink



2. 블랙레터의 자간을 늘리는 것은 양을 훔치는 일과 같다.

Anyone that would letterspace blackletter would steal sheep.


프레데릭 가우디 Frederic W. Goudy



3. 다양한 바보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서체들이 존재하는 요즘이다.

There are now about as many different varieties of letters as there are different kinds of fools.


에릭 길 Eric Gill



4. 나의 작업을 지켜보는 일이란, 마치 냉장고가 얼음을 만들어내는 걸 보는 것과 비슷하다.”

Watching me work is like watching a refrigerator make ice.


매튜 카터 Matthew Carter



5.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규칙을 깨자. 아름답게, 정교하게, 그리고 잘 깨자.

By all means break the rules, and break them beautifully, deliberately, and well.


로버트 브링허스트 Robert Bringhurst



6. 훌륭한 서체란 아름다운 글자들의 조합이 아니라, 글자들의 아름다운 조합이다.

A great typeface is not a collection of beautiful letters, but a beautiful collection of letters.


월터 트레이시 Walter Tracy



7. 디자이너의 삶이란 투쟁의 삶이다. 추함과의 투쟁 말이다.

The life of a designer is a life of fight: fight against the ugliness.


마시모 비넬리 Massimo Vignelli



8. 타이포그래피는 들려야 한다. 타이포그래피는 느껴져야 한다. 타이포그래피는 경험되어야 한다.

Typography needs to be audible. Typography needs to be felt. Typography needs to be experienced.


헬무트 슈미트 Helmut Schmid



9. 타이포그래피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그것은 정보 전달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논쟁과 재고의 여지도 없다. 잘 읽히지 않는 인쇄물은 타이포그래피의 책무를 상실한 결과물일 뿐이다.

Typography has one plain duty before it and that is to convey information in writing.

No argument or consideration can absolve typography from this duty.

A printed work which cannot be read becomes a product without a purpose.


에밀 루더 Emil Ruder



10. 가독성이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Don''t mistake legibility for communication.


데이빗 카슨 David Carson



11. 활자라는 게 꼭 잘 읽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름다워야 한다.

I do not think of type as something that should be readable. It should be beautiful.


에드 벤귀아트 Ed Benguiat



12. 헬베티카는 청바지이고, 유니버스는 디너재킷이다. 헬베티카는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Helvetica is the jeans, and Univers the dinner jacket. Helvetica is here to stay.


아드리안 프루티거 Adrian Frutiger



13. 누구든지 헬베티카를 사용한다면, 그 사람은 서체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거다.

Anyone who uses Helvetica knows nothing about typefaces.


볼프강 바인가르트 Wolfgang Weingart



14. 사람들은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뇌를 사용하려들지 않는다. 그저 ‘복붙’만을 사용한다. 당신의 뇌는 자유롭다. 또한, 놀라 자빠질 만큼 빠르다.

People don''t think enough. People don''t use their brain. They use copy-paste. Your brain is free. It is wickedly fast.


에릭 슈피커만 Erik Spiekermann.



15. 널리 알려진 서체들은 대체로 쉽게 읽힌다. 이런 서체들은 인기가 너무 높아서 우리의 의식적 인식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것인지, 쉽게 읽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이제는 설명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The most popular typefaces are the easiest to read; their popularity has made them disappear from conscious cognition.

It becomes imposssible to tell if they are easy to read because they are commonly used,

or if they are commonly used because they are easy to read.


주자나 리코 Zuzanna Lic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