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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정체 제작 시리즈④] 서체디자이너가 말하는 머리정체2


윤디자인연구소에서는 최근 머리정체2 시리즈를 새로이 출시하였다. 머리정체2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 3년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서체인데, 그만큼 기존 머리정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렇다면 서체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머리정체2의 특징은 무엇일까? 머리정체2를 개발한 김태룡, 최영서, 김재의, 왕은정 디자이너에게 작업 후기를 들어보았다.




“제목용 서체의 기준이 될 것” 머리정체2 베이직




Q. 머리정체2 담당 디자이너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뉴스 보도용으로 적합한 굵은 서체를 디자인하던 중, 기존에 제작된 머리정체를 면밀히 분석해보았다. 머리정체는 윤디자인연구소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하지만 출시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이를 계기로 머리정체2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Q. ‘제목용 서체’로 용도가 분명했던 만큼, 다른 서체 개발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아무래도 24년간 꾸준히 사용된 스테디셀러인 만큼, 기존 머리정체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이 때문에 더 세밀한 부분들까지 테스트하며 진행했다. 머리정체의 큰 특징인 ‘장체 비율(글자의 높이가 가로 너비보다 큰 글자꼴)의 꽉 찬 네모틀 서체’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속공간의 분배를 통한 균형미를 잡아주는 것에 가장 신경 썼다.


Q. 머리정체2 베이직 서체는 어떤 과정으로 제작되었나?
A. 우선 기존의 머리정체를 돋보기를 들고 살펴봤다.ㅎㅎ 그 후 크게 3번에 걸쳐 디자인 시안을 작업했다. 물론 중간 중간 많은 디자인 시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타 제목용 서체와 비교하여 장단점을 뽑아 보기도 했고, 수 많은 서체작업에 경력이 있는 내부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2차 시안작업을 진행했다. 윤디자인연구소에는 디자인 전문가 집단인 ‘윤패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실무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분들의 의견도 반영하여 3차 시안을 작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머리정체2가 나오게 되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가장 기뻤던 순간은 베이직 4종(Light, Medium, Bold, Extrabold)이 폰트파일로 완성되었을 때. 고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작업 중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시안작업을 거치고 한글 2,350자가 완료될 즈음 굵기 단계의 문제로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한 적이 있다. 시간적 효율을 따지면 그냥 넘어가도 될 듯한 상황이었지만, 조금 더 완성도 높은 머리정체2를 위해 과감하게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많은 시간을 공들여 작업한 만큼 노력한 결과가 한 순간에 사라져 힘들기도 했지만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Q. 개발 담당자로서, 머리정체2 제작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기존 머리정체가 ‘제목용 서체의 스테디셀러’였다면, 머리정체2는 ‘제목용 서체의 기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였다. 머리정체2 출시로 제목용 서체로서의 역할은 매우 의미가 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담백한 서체” 머리정체2 스페셜




Q. 머리정체2 담당 디자이너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래 머리정체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는 김태룡 주임과 재의 씨였다. 프로젝트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두 분이 다 맡아서 하시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특히 스페셜 서체는 4종의 형태가 다 달랐기 때문에 마침 스케줄이 가능했던 저와 왕은정 주임이 참여하게 되었다.


Q. 머리정체2 카카오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A. 제목용이다 보니 작은 포인트보다는 큰 포인트에서 많이 쓰이지 않나. 그래서 큰 포인트에서 서체가 예뻐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또한 서체의 폭이 굵어, 자소 간 두께가 일정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Q. 카카오 개발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A. ‘&’자소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난다. 숫자 ‘3’과 ‘&’의 모양이 너무 흡사해서 현재의 ‘&’ 형태가 나오기까지 많은 자료조사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Q. 머리정체 출시 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예쁘다, 매력있다, 써보고 싶다 등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이라 뿌듯하다.




 

Q. 스페셜 서체 제작 시 참고가 된 이미지가 있다면?
A. 옛 간판을 많이 참고했다. 제작 당시, 한참 복고 서체가 유행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옛 간판의 이미지를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풀고자 노력했다. 예스럽지만 기존에 보아온 간판서체의 ‘복고스러움’ 보다는, 현대적으로 접근하여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담백한 서체를 개발하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가장 두꺼운 네이비가 제작되었고, 올리브, 카카오, 바이올렛 순으로 진행되었다. 복고를 시작으로 현대적이고 장식적인 서체군으로 확장 제작하게 된 셈. 이렇듯 머리정체2 스페셜은 다양한 헤드라인 서체로서 보다 더 넓은 사용성을 고려한 패밀리군의 확장 작업으로 제작하였다.


Q.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시안 작업을 시작으로 모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애착이 더 커졌는데, 그 과정에서 부담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마무리하고 보니 내 이름을 건 작업물이 나왔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사내 서체 리뷰 준비를 하면서 매우 설렜다. 많은 작업을 진행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한 작업물을 사람들 앞에 직접 선보인다는 생각에 머릿속에 온통 머리정체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리뷰를 진행하고 사이트에 홍보 이미지가 올라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는데, 앞으로 여기 저기 머리정체2가 쓰여질 생각을 하면 정말 기분 좋다.


Q. 머리정체 스페셜 각각의 서체명이 참 인상 깊은데, 네이밍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듯하다. 지금의 서체명(카카오, 네이비, 올리브, 바이올렛) 외에도 후보로 거론되었던 것이 있다면?
A. 스페셜군 서체명은 처음에 두께로 표현되었다.(출시 전, 네이비는 S1, 올리브는 S2, 카카오는 S3, 바이올렛은 S4였다.) 사내 리뷰 후 ‘서체와 네이밍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들로 출시에 임박해 더 매력적인 이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각각 서체의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컬러를 최종 서체명으로 채택하였다. 처음에는 카카오는 ‘브라운’, 네이비는 ‘블랙’, 올리브는 ‘아보카도’, 바이올렛은 ‘퍼플’ 등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금의 네이밍이 서체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Q. 머리정체2를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던데.
A. 서체를 개발하다 보면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하는데, 네이비를 작업할 당시 기업서체 시안을 함께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네이비처럼 두껍거나 초성이 큰 기업서체 시안을 잡고 있더라. 한 작업을 오래 열중하다 보면 그 서체가 눈에 익숙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안 작업 시 애를 많이 먹었다.


Q. 네이비의 가장 큰 특징은 ‘잉크트랩’에 있다. 잉크트랩을 적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네이비가 처음부터 잉크트랩이 적용된 서체는 아니었다. 테스트를 하던 중 굵기를 보완하기 위해 적용했던 부분이 바로 잉크트랩이었다. 처음에는 ‘ㅁ’에만 적용했던 것을 여러 자소에 적용하면서 그것이 네이비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Q. 올리브는 가로/세로 획 대비가 큰 편인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서체가 있다면?
A. 올리브는 네이비에서 파생되어 개발되었다. 네이비에서 획 대비를 주고 여러 가지 유연한 특징을 적용하여 작업하였다. 작업하면서는 획 대비의 대표적인 서체인 ‘보도니’를 참고하였는데, 회색도라거나 획의 고른 분배를 보도니 서체를 보며 연구했다. 하지만 한글과 영문은 획 수의 차가 크다 보니 여러 가지 테스트를 더 거쳐야만 했다.






 

Q. 바이올렛 서체 개발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A. 바이올렛 서체는 타이틀용 서체 중에서도 장식적인 서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였기 때문에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가독성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작업했다. 단문에서 임팩트 있는 느낌을 주되, 시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눈에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사실 서체 테스트 때 출력 및 화면에서 눈의 부담을 덜어내는 작업과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로 걷어내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정말 기뻤던 순간은 회사 리뷰 때 결과물을 처음으로 소개했던 순간. 여러 가지 활용 방안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며 소개할 때가 참 설레더라. 하지만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의 과정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매 순간 기뻤던 게 아닐까요?


Q. 바이올렛 서체를 제작하기 전 모티브가 된 것이 있나?
A.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눈의 여왕>이 많이 참고가 됐다. 그 밖에도 스텐실(종이에 어떤 물체의 모양을 그린 다음, 구멍을 뚫고 롤러로 문질러서 모양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코바늘 뜨기 등의 기법도 참고가 되었다.


Q. 개인적으로 바이올렛 서체는 장식적인 요소 때문인지 동화 제목 등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여기서 이 서체가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A. 나 또한 작업하면서 염두에 둔 글귀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동화나 신화 등의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타이틀이나 뮤지컬, 음악회 등의 리듬감이 있는 곳에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Q. 머리정체 출시 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A. ‘독특하다’, ‘새롭다’ 이런 반응들이 많았고, 꼭 사용해보고 싶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특히 편집디자인을 하는 주변 지인들이 개인소장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구입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하

네 명의 서체디자이너들은 머리정체2를 ‘설렘’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면밀히 분석하고, 재미있게 작업했기 때문. ‘제목용 서체의 기준을 만들어 간다’는 그들의 말처럼, 머리정체2가 제목용 서체로 많은 곳에서 사랑 받기를 바란다.



[세미나 후기] 조경규 작가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한 세가지 비결2


▶ [머리정체 개발 시리즈①] 제목용 서체 머리정체2 Basic 제작 후기
▶ [머리정체 개발 시리즈②] 제목용 서체 머리정체2 Special 제작 후기
▶ [머리정체 개발 시리즈③] 머리정체2 신서체 리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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