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정체 개발 시리즈①] 제목용 서체 머리정체2 Basic 제작 후기

머리정체는 윤디자인연구소의 스테디셀러 폰트이다. 1900년대 초 제목용 서체로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본연의 의도에 충실한 서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존의 것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터. 윤디자인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서체를 제작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의 서체에 대한 개선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머리정체2’ 시리즈. 머리정체2 시리즈 구성은 Basic(베이직)과 Special(스페셜) 두 가지 군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번에는 그 첫 번째, ‘머리정체2 Basic’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려 한다.

장점은 유지하고, 트렌드는 더하고

머리정체2의 시안 작업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제한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테디셀러인 ‘머리정체’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기존의 서체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걱정과 고민이 앞섰다.

머리정체2 프로젝트에는 타이포디자인팀의 김태룡 주임과 김재의 사원이 참여하였는데, 머리정체에 대한 분석부터 시안, 수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골머리를 썩히며 고분분투하였다. 시안이 확정되고 또 다른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작업에 추가로 참여하면서 머리정체의 최종 가족군이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머리정체2 작업에는 총 네 명의 서체 디자이너가 참여하였는데, 한 패밀리군 서체에 여러 디자이너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통일감은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

가독성을 높인 머리정체2

 

머리정체2 Basic

 

‘머리정체2 베이직’과 ‘윤고딕700’의 굵기와 회색도 비교

그럼 이제 머리정체2 Basic의 특징을 살펴보자. 위 이미지는 ‘머리정체2 Basic’의 최종적인 모습과, 윤고딕 700과 비교하였을 때의 굵기 포지션을 설정해 본 이미지이다. 지금부터 기존 머리정체에서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고, 또 유지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1. 공간 분배 최적화를 통한 가독성 향상

머리정체2는 공간 분배를 최적화하여 가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머리정체(좌), 머리정체2(우)

기존의 머리정체의 ‘몸’과 ‘점’의 글자는 속공간이 비교적 좁은 반면, 머리정체2 Basic은 이러한 요소를 시원하게 넓혀주고 공간 분배를 최적화하여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개선하고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기존의 머리정체에 비해 보다 읽기 시원해진 느낌이 든다.

2. 기존 머리정체와 차별화 된 아이덴티티

머리정체(좌), 머리정체2 Basic(우)

기존에 대칭으로 되어 있던 ‘ㅅ’의 형태를 손으로 쓴 듯 방향성을 넣어 주어 머리정체2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였다.

3. ExtraBold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의 변화

 

머리정체2 Basic의 패밀리군

위의 이미지를 보면 다른 굵기와 비교했을 때, ExtraBold에서 조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traBold에서 한 쪽 획을 깎아줌으로 패밀리군 안에서도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다. 이는 굵고 무거움에서 오는 지루함과 둔탁함을 탈피하고, 같은 패밀리군에서도 사용성의 폭을 넓히고자 조금 다른 성격을 부여한 것이다.

안정감과 단단함을 준 영문과 숫자

머리정체2 Basic의 영문과 숫자, 기호

머리정체2 Basic의 영문은 전통적인 산세리프의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였다. 위 디자인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소문자의 X-높이(X-hight, 소문자 x의 위, 아래 사이 간격)를 높게 설정하여 공간의 분배를 시원하게 했다. 따라서 작은 포인트로 조판할 때도 글자가 잘 읽히도록 개선했다. 숫자의 경우 2, 3, 5, 6, 9에서 획의 시작점을 닫힌 스타일로 디자인하여 안정감과 단단함을 주어 한글과의 조화를 고려하였고, 주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작업했다.

   

머리정체2 Basic 작업과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머리정체2, 하지만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멋진 머리정체2가 탄생할 수 있었다. 머리정체2가 현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모던한 디자인으로서 제목용 서체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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