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폰트

우리의 명조꼴 뿌리를 찾아서


얼마 전 한글날이 568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한글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오늘은 우리 한글 글꼴 중에서 명조(또는 바탕체)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훈민정음의 시작은 고딕에 가까운 형태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글꼴은 고딕일까, 명조일까?

붓으로 쓴 옛 느낌을 살린 명조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고딕에 가까운 형태였다.

‘서양에서 산스(sans)’ 계열이 나중에 만들어진 것과는 정반대다.


출처: 김진평 〈한글 활자체 변천의 사적 연구〉



활자체는 우리나라의 고유 필기구인 붓의 영향으로 인해 창제 이후부터 계속해서 명조체, 궁체, 흘림체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시기(1446년)는 세계적으로 인쇄술이 발달한 이후였고, 조선에도 이미 활판인쇄술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명조꼴보다는 고딕꼴로 개발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출처: 김진평 〈한글 활자체 변천의 사적 연구〉


 

★창제 초기와 창제 후기의 활자체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1. 세로 줄기가 굵어지고, 가로 줄기가 가늘어졌다.
2. 줄기의 시작과 끝에 필기구인 붓의 흔적이 보인다.
3. 붓의 흔적으로 인해 쓰기 순서가 보이는 닿자가 나타난다.
4. 정원의 형태는 유지하되, 네모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5. 창제 초기보다 한자와의 대비가 심했던 현상이 완화되었다.

 



명조꼴 활자의 뿌리



출처: 김진평 〈한글 활자체 변천의 사적 연구〉



학계에서 말하는 한글 활자체 최초의 정형은 "오륜행실도 전용활자체"(이하 오륜체)다.

오륜체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독자적인 활자체로 다듬어졌다. 균형 있고 완성도 높은 새로운 형태의 활자체로, 궁체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창제 후 350년 후인 정조 21년 (179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오륜체는 놋쇠활자설과 나무활자설이 있어 활판의 주재료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오륜체의 특징 두 가지 


1. 돌기와 맺음, 빗침과 내리점, 이음줄기 등이 오늘날의 활자체의 기본 줄기 및 닿자 모양과 거의 동일하다.
2. 한글 궁체의 쓰기법과 한자 명조체의 특징을 적절히 조화시켜 한글과 한자가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출처: 김진평 〈한글 활자체 변천의 사적 연구〉



명조꼴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흘러왔다. ‘오륜체 - 후4체 - 최지혁체 - 한성체 – 박경서체’. 이중에서 최상류인 오륜체는 명조꼴 활자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후4체는 오륜체의 정형과 연결되지만 짜임새가 다소 허물어지고 활달한 붓글씨적 성격이 더 강하게 반영되었다. 한성체는 최초 정부 인쇄국인 박문국의 설립과 함께 정부가 직접 주도한 활자체로서, 오륜체에서 완성된 한글 활자체의 정형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박경서체는 한성체 이후 붓글씨 성격이 반영된 가장 완성도 높은 활자체로, 원도 활자 시대 원도의 기초가 된 활자체였다.


오륜체 흐름 글꼴의 특징


1. 붓글씨체의 강한 영향을 받은 형태와 닿글자 지읒, 치읓은 반드시 갈래지읒, 갈래치읓을 고수하고 꺾임갈래를 사용하지 않는다.
2. 히읗, 치읓의 꼭지는 세로줄기 혹은 간혹 내리점으로만 표현하고 가로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출처: 김진평 〈한글 활자체 변천의 사적 연구〉



박경서체 이후에는 최정호의 명조체, 최정순의 국교체 등 완성도 있는 명조 활자체가 개발되었으며, 최정호의 원도는 지금까지도 활자 디자인의 교과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명조체의 또 다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활자체가 바로 "이원모체"다. 동아일보의 개량된 본문 활자체로서, 국내 최초의 활자 공모전을 통해 채택되었다.





출처: 폰코(font.co.kr), 계간그래픽, 마켓히읗, 타이포그래피 서울, Agfont



앞서 한글 활자체의 흐름을 통해 알아본 것처럼, 오늘날 명조체는 ''오륜체''로부터 뿌리 내려 온 것이다.

최근 복고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명조체"를 기반으로 한 폰트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지금 한글 명조꼴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