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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모두를 위한 폰트,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DF)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빠짐 없이 들어있다.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포장에서도, 매일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스마트폰에서도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야 말로 디자인은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만큼 많은 수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외적인 미와 기능, 그리고 사용성을 고려하여 완성되는데 그중에서도 폰트는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저시력자, 난독증 등 독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폰트도 개발되고 있는데, 이런 폰트를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niversal Design Font)라고 한다. 조금은 생소하지만 모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에 대해 알아보자.




모두의 폰트,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UDF)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 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뜻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 디자인이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주택이나 도료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이기도 하다. 현재 다양한 제품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폰트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적용이 미미한 실정이다.



1. 이와타사의 UD폰트


출처 : 아와타 홈페이지



세계 각국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기획, 개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서체개발사인 이와타의 UD폰트를 들 수 있다. 가전업체 파나소닉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UD폰트를 만들었는데, 이와타의 UD폰트는 품의 너비와 지면을 크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탁점, 반점과의 틈새가 확보되어 있다.


명조의 획을 심플하게 하고, 고딕장식을 배제하여 한자의 부수를 크게 늘렸으며 알파벳 S와 숫자 3과 8, 그리고 알파벳 O와 C, G 등 잘못 읽기 쉬운 문자의 판독이 쉽게 디자인되었다. 이와타의 UD 폰트는 가전제품 등의 문자판에 사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각종 게시판이나 안내판, 팸플릿 등의 인쇄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폰트다.



2. 네덜란드 디자이너 Christian Boer의 Dyslexie체


출처 : Christian Boer 유투브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Christian Boer는 난독증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Dyslexie 서체를 직접 개발했다. 난독증 환자들이 글자를 회전하고 이리저리 섞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서 착안,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글자의 아래 부분 선을 두껍게 해서 아랫부분이 더 무거워보이게 만들어 글자의 원래 방향을 알기 쉽게 하였다.


또한 글자 간의 차이(글자의 틈, 장평, 기울기 등)이 잘 구별되도록 하기 위해 글자의 특징들을 더욱 과장되게 만들었으며, 문장의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대문자와 구두점은 굵고 선명하게 만들었다. 독립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Dyslexie 폰트로 글을 읽은 난독증 환자들의 읽기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폰트임이 확실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 : 윤디자인연구소 UD고딕




윤디자인연구소의 윤서체 중에서도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가 존재한다. 2010년 개발한 ‘UD고딕’이 바로 그것인데, ‘시인성>판독성>가독성>디자인’에 우선순위를 두고 개발하여, 타 서체에 비해 문자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더 크고 또렷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명확하게 읽힐 수 있도록 개발된 서체로, 기존의 고딕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노령화 시대에 따른 소비자를 배려한 서체라 할 수 있다.

 

UD고딕은 기존의 고딕체와 비교하여 시인성과 판독성이 매우 뛰어나 한정된 공간에 작은 글씨로 쓰였을 때도 문자의 혼동이나 획의 흐트러짐 없이 편안하게 읽히는데, 자형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문자의 폭을 가능한 넓게 하여 같은 글자크기에서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하였고,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삭제하여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뛰어나다.





윤디자인연구소의 UD폰트는 지난 2010년 트루타입폰트로서는 국내 최초로 ‘굿디자인(GD)’에 선정되었다. 개발 컨셉 및 시인성에 특화된 디자인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 일반적으로 TV, 휴대폰, 가전제품 등 제품 등이 선정되던 굿디자인에 디지털 폰트인 트루타입폰트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며, 윤디자인연구소의 UD폰트는 지속적으로 보완, 개발 중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처럼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는 고령층과 저시력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터. 개발, 기획부터 형태디자인까지 체계적인 연구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곳에 적용하여 고령층은 물론 일반 성인남녀, 아동까지 정보와 문화를 향유하는 데 있어 어떤 장애요소가 없어야 한다. 그야 말로 ‘모두의 폰트’가 등장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를 우리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