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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기업의 전용서체 무료배포, 약일까 독일까?


기업의 전용서체 무료배포, 약일까 독일까?


몇 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이 전용서체 개발에 박차를 기울이고 있다. 기업을 표현하는 다양한 시각 표현이 넘쳐나는 만큼, 로고나 CI에서 나아가 폰트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자 한 것.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딜레마도 생겼다. 바로 개발이 완료된 서체를 개방할 것인가, 혹은 폐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전용서체를 배포하는 것은 기업에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체, 전용서체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제작한 다양한 전용서체



전용서체란 커뮤니케이션 활동 전반에 걸쳐 문자정보를 통일된 스타일로 표현하기 위해 설정된 특정 서체를 말하는데,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상징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기존 서체 중 특정한 서체를 자사용으로 지정해 사용하는 지정 서체가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신규로 개발된 전용서체를 통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제작상의 비용을 감안하면 지정서체를 사용하거나 기존 서체를 수정해 전용서체를 사용하는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타사와의 식별이나 기업의 개성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 경우에는 독자적인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쪽이 큰 강점이 될 터. 기업이나 단체, 신문사, 방송사, 지자체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용서체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와 함께 개발이 완료된 서체를 개방할 것인가, 폐쇄할 것인가의 여부도 큰 고민을 안겨준다.


초기에는 개방(배포)와 폐쇄(내부에서만 사용)의 두 가지 비중이 반반이었다면 지금은 무료배포 쪽을 더 선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료배포를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무료공개를 통해 폰트를 알려 두루 쓰이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사회환원 활동의 연장선으로 인식시키려는 것. 그런데 개방을 하면 일반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개방은 폰트파일이 용도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우리 주변의 엉뚱한 곳에서 폰트를 만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울 전용서체는 서울의 역사, 환경, 전통문화 및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제작 목적과 상관 없이 폰트가 사용된다면 디자인 요소들이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없다. 출처 : 검색 엔진 도서


전용서체는 개발 방향이 해당 브랜드의 특징, 성격, 비전 등의 모티브를 담아 특징을 부각한 폰트이다. 그런데 이런 글씨가 아이덴티티 없이 엉뚱한 곳에 마구 쓰인다면 개발 목적과 방향은 전혀 맞지 않게 된다. 애초 여러 사람에게 두루 쓰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개방이 정답. 최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대한체나 네이버의 나눔글꼴처럼 말이다.

 




만약 무료배포를 했는데 치킨집 전단지나 길가 현수막 등 여기저기 목적도 없이 쓰인다면 해당 폰트와 자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된다.




해외 기업은 전용서체를 개방할까?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자적인 서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출처 : dafont



해외의 기업들은 이미 기업 전용서체를 개발해 제품과 문서, 홍보물 등 모든 자료에 서체를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용 서체인 개러몬드(garamond)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일관된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또한 자체 서체를 개발하여 제품과 문서, 홍보물 등 모든 자료에 서체를 사용하여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전용서체는 대부분 개방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전용서체, 개방인가? 폐쇄인가?


전용서체, 개방이 답일지 폐쇄가 답일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목적과 대상에 따라, 사후관리에 의해 폰트는 화려한 주연이 될 수도,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대중성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자사만 쓸 수 있도록 해 아이덴티티를 부각할 것인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무료배포에 대한 차이와 결정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두 가지 선택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폐쇄의 장점은 곧 개방의 단점이고, 개방의 장점은 곧 폐쇄의 단점이기 때문. 이것은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우선’의 문제다. 제작된 특성과 목적, 사용될 환경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보안관리 소홀로 유출됐다고 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폐쇄는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면 언제든 개방할 기회가 한 번은 존재한다. 물론 끝까지 안 할 수도 있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무료배포하자’라는 식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사용하다가 향후 배포로 전환하는 것도 절대 늦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전용서체를 보면 폐쇄적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및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나가는 폰트가 있는가 하면, 폰트 유출로 네티즌에 의해 막무가내로 사용되는 폰트도 존재한다. 계열사 및 협력사가 많은 단체 및 기업일수록 폰트 유출에 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전용서체는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 철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자체 글꼴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글꼴 마케팅의 성공 여부도 판가름 나니 말이다. 특히 전용 서체는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해주는 특효약이지만 한 번 잘못 복용하면 되돌릴 수 없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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