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세리프를 가진 한글 서체 BEST3

폰트 디자이너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한 가지는 폰트 이름에 관한 것이다. 폰트를 구별하는 것은 따로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징이 될 만한 부분을 기억해두면 다른 폰트와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서울특별시 전용서체의 경우 자소 히읗의 모양만 봐도 서울폰트 한강체임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자소의 모양이나 세리프의 모양, 글줄의 위치나 두께 차이 등을 알고 있다면 폰트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데, 그래서 오늘은 독특한 세리프의 한글 서체를 소개하려 한다.

 

고전느낌을 주는 세리프 서체

출처 : 서울특별시청 공식 사이트

세리프는 로마글 활자의 기둥(stem)의 양 끝을 맺는 돌출된 형태로,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의 기념비(A.D. 124)에 새겨진 글자 모양을 다듬어 만든 고전적인 글자꼴에 기본을 두고 있다. 수평으로 글자획이 뻗어 가독성을 높여 주기도 하며,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와 대비가 있고 글자꼴의 특징을 나타내준다. 쉽게 말하자면, 영문 알파벳 중에 그리스 로마 시대에 쓰였을 법한 글씨들인 셈이다. 서체를 살펴보면 가로, 세로획에 돌기 같은 게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는 이런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세리프 서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다.

출처 :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

세리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는데, 지금 사용되는 글씨들은 오래 전 돌에 새겨진 글씨에서 발전됐다. 또한 글자를 새길 때 끌을 이용해 만들면서 생긴 자국이라는 설도 있는데, 로마 시대 석공들이 끌로 석판을 조각하여 낱자들을 나란히 정리하기 위해 획의 말단 부분에 가는 실선을 조각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 한글 서체는 세리프 대신 ‘부리’라는 용어가 있지만 세리프라는 말을 더 사용하고 있다.

반대로 세리프가 없는 글자들은 산세리프(sans serif), 한글 용어로는 민부리서체라고 한다. 산세리프의 산(sans)은 ‘~없는’, ‘~없이’라는 뜻. 그럼 지금부터 독특한 한글 서체를 만나보자.

날카로운 세리프, 가시나무체

가장 먼저 만나볼 서체는 가시나무체이다. 고딕 구조에 장식적인 세리프가 특징인 가시나무체는 획의 양 끝에 가시가 돋은 듯 날카로운 세리프가 특징인데, 초, 중, 성 모두 세리프가 달려 문장으로 썼을 때 특징이 잘 살아난다. 가시나무체는 1990년도에 만들어졌는데, 완성도가 높아 지금도 어색함 없이 사용되는 서체이다. 가시나무체는 겨울왕국에 사용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겨울왕국>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겨울왕국>체가 포스터에 사용되니 글씨의 세리프가 얼어 붙은 겨울왕국의 눈의 결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왕국>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 영화를 패러디하며 또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데, 가시나무 서체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판타지의 단골 손님, 사파이어체

다음으로 소개할 서체는 사파이어체이다. 사파이어는 푸른 빛을 내는 보석으로, 보석의 단면체 같이 예리한 돌기를 지닌 것이 사파이어의 특징이다. 중세유럽 시대를 연상시키듯 복고적이고 고귀한 느낌과 세리프의 방향이 사선 형태로 반복돼 중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게임 같은 곳에 많이 사용되는 편. 판타지 영화 포스터에서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영화 <해리포터> 포스터(좌),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포스터(우)

세련미가 느껴지는 날렵한 직선, 안삼열체

안삼열체는 2011년 12월 26일에 출시된 폰트인데, 기존의 한글폰트에서 볼 수 없엇던 가로, 세로획의 굵기 대비가 강한 폰트다. 이 폰트를 제작한 디자이너는 영문폰트 보도니처럼 글자를 확대해도 세련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보도니를 참고했다고. 아래 이미지와 같이 안삼열체의 세리프는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명조의 느낌과도 닮았다. 하지만 중성 세로획의 끝맺음, ‘ㅁ’, ‘ㅂ’ 등 자소의 끝맺음이 날렵한 직선으로 끝나면서 기존 세리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출처 : 동네서점 땡스북스(좌), 310.co.kr(우)

이 밖에도 기존에 사용되는 명조체와는 다른 세리프를 가진 서체들은 매우 많다. 각자가 가진 서체의 특징을 잘 파악하면 서체를 구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적재적소에 가장 어울리는 서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