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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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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명문 모음 그래픽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 Kenmei Nagaoka)에게는 으레 또 하나의 직함이 하나 더 붙는다. 이른바 ‘디자인 활동가’. 곱씹을수록 모호한 명칭이다. 디자인으로 활동한다? 디자인을 활동하게 한다? 디자인에 대한 활동을 한다? 디자인을 통해 활동한다? 이런저런 해석을 이래저래 해보아도 추상적이기만 하다. 좌우간 ‘활동’이라는 개념에 치중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더 복잡해지면 곤란해지니까, 우선 이렇게 결론짓기로 한다. 나가오카 겐메이라는 사람은 무척 활.동.적.인 디자이너, 라고. 그의 활동가적 면모는 이력을 통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1965년생인 그는 스물다섯 살이었던 1990년 일본디자인센터에 입사하여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하라 켄야(はらけんや, Kenya ..
볼프강 바인가르트에게 배우는 진정한 ‘포스트’ 좀 엉뚱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볼프강 바인가르트(Wolfgang Weingart)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원들에게도 귀감이 될 법하다. 스위스 출신임에도 포스트 모더니스트로 통하는 점이나,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뉴웨이브 타이포그래피의 아버지’로 불리는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익숙한 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거쳐 그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났다. 풀어 말하자면, 모더니즘을 철저히 배운 뒤에야 비로소 포스트 모더니즘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인가르트의 시작은 식자공(植字工, typesetter)이었다. ‘식자’라는 건 말 그대로 글자를 심는 일이다. 활자 조판 시대에서부터 바인가르트는 직접 글자를 만지고 배열하는(심는) 작업을 하며 수습공 시기를 보낸 셈이다. 이때 체득한 기본기는 이후..
한글을 손으로 레터링 한다는 것의 의미, 김진평 1980~1990년대는 그야말로 ‘손’과 ‘도구’만으로 레터링을 하던 시절이었다. 컴퓨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만큼 고사양도 아니었을 뿐더러 폰트 종류 또한 한정적이었기에 수작업이 오히려 다양한 작업물을 뽑아내던 시기였다. 요즘의 마우스 대신, 당시의 대선배들은 운형자(雲形자) 같은 장비를 손에 쥐고 작업했던 것이다. ‘구름 모양의 자’라니. 디지털 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이 도구는 다양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판 모양의 자라고 할 수 있는데, 수작업 레터링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였다. 막연하고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에게 ‘뜬구름 잡는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레터링에 있어서, 불과 이삼십 년 전에는 ‘구름’(운형자)을 잡고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뭔가를 ..
2014 에미상 ‘드라마 타이틀 디자인’ 수상작·후보작 감상하기 이번 66회 에미상(Emmy Awards)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드라마 의 선전이었다.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도 불리는 에미상의 시상은 두 개 분야로 나뉜다. 연기, 연출, 각본, 작품성 등을 평가하는 ‘텔레캐스트(Telecast)’, 그리고 촬영, 미술, 캐스팅 등 기술 부문을 심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Creative Arts)’다. 는 텔레캐스트 부문에서 최우수 드라마 감독상(Outstanding Directing For a Drama Series) 1개,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에서 메인 타이틀 디자인(Outstanding Main Title Design)을 비롯한 4개 영역을 각각 수상했다. 폰코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야는 역시나 ‘메인 타이틀 디자인’이었기에, 오늘의 이 포스트를 ..
2014 ‘타입 디렉터스 클럽(TDC) 메달’ 주인공, 디자이너 데이비드 벌로우의 열정 매년 타입 디렉터스 클럽(The Type Directors Club, TDC)에서는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크게 공헌한 개인 혹은 기관•단체에 특별한 ‘메달(TDC Medal)’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 타입 디자이너 데이비드 벌로우(David Berlow). 1978년 메르겐탈러 라이노타입(The Mergenthaler Linotype Company)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1982년부터 7년간 비트스트림(Bitstream) 소속으로 활동했다. 1989년에는 비트스트림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독립하여 ‘폰트 뷰로우(The Font Bureau)’를 공동 설립했다. 그들 중에는 《롤링 스톤》, 《뉴욕 타임즈》, 《에스콰이어》, 《리더스 다이제스트》, 《워싱턴 포..
[베를린 디자인 여행 ②] 2014 타이포 베를린(Typo Berlin) 해마다 5월이면 베를린에서는 유럽 최대의 디자인 콘퍼런스인 이 개최된다. 올해 타이포 베를린은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베를린 중심가인 티어가르텐(Tiergarten)에 위치한 에서 개최되었다. 타이포 베를린은 매해 다른 주제로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데, 올해 주제는 바로 .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 홀름 프리베(Holm Fribe), 비탈리 프리드먼(Vitaly Friedman) 등 50여 명의 발표자와 1,2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디자인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했다. 타이포 베를린은 총 다섯 개의 공간-홀(Hall), 쇼(Show), 스테이지(Stage), 네스트(Nest), 로비(Foyer)-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각각 다채로운 ..
돈 속에 숨겨진 글자의 비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견학기 ① 한국어 편 어느 나라든 돈(지폐, 동전)을 보면 그 나라 문화 전반이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중요한 인물, 문화재, 동물, 식물, 건축물까지…. 이 밖에도 중요한 그 나라만의 상징물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돈! 이다. 이뿐만 아니라 돈을 보면 금액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글자와 숫자들도 빠질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돈 속의 글자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신기한지 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다녀왔다. 화폐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컸고 생각지 못한 엄청난(?) 재미가 숨어있었다. 사실 사진만 얼른 찍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나오고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던 것. 전 세계 다양한 화폐, 체험 학습실, 화폐의 일생을 보여주는 곳과 신기한 기증 화폐 등이 눈길을 사..
[베를린 디자인 여행 ①] 타이포그래피 박물관 & '암펠만' 갤러리숍 Buchstabenmuseum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베를린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국립박물관뿐만 아니라 사설단체 등 개인 소유의 작은 박물관까지 베를린에는 족히 수백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한다고 하니, 아무리 열심히 발품을 팔아도 볼거리는 한도 끝도 없을 듯싶다. 폰코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타이포그래피 박물관 을 찾았다. "the Museum of Letters"라는 뜻을 가진 이 박물관은, 2005년부터 Barbara Dechant와 Anja Schulze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열정과 공공장소에서 글자를 구조하고자''하는 목적으로 준비하였으며, 2008년 공식으로 공개했다. 이 박물관에 전시한 글자들은 베를린 외 세계 각국의 사인물을 복원하고 보존한 것으로, 각각의 사인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