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포그래피

(91)
빈티지의 품위, 1920~1970년대 해외 자동차 광고 ‘오래된 것’의 매력은, 누군가에게는 향수이면서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이라는 점 아닐까. 지금 소개해드릴 1920~1970년대 자동차 광고가 딱 그렇다. 1966년을 살았던 세대라면 그 해 출시된 폭스바겐의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 모델 ‘타입 2(Type 2)’가 추억의 산물일 테고, 아마도 요즘 세대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2011년 9월 3일 방송된 본편에서, 출연자인 개그맨 유재석이 이 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방송되어 얼마간 화제를 모았었다.) 오래됐다고 해서 모두가 ‘클래식’이나 ‘빈티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품위’라고 해두자. 수십 년 전의 오리지널리티가 현대의 오리지널리티와 무난히 어깨를 나란..
도시에 취한다는 느낌이란 이런 것? 앱솔루트 보드카 도시별 보틀 디자인 스웨덴의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는 독창적인 광고 이미지로 유명하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앱솔루트 보드카의 위트 있는 광고를 보았을 것이다. 특히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병 디자인(bottle design)을 선보이는 전략은, 보드카 취향이 아닌 이들의 시선까지 훔칠 만하다.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 마케팅 앱솔루트 보드카는 창립 100년 만에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한 세기가 걸린 셈이다. 그 과정에는 마케팅 효과가 큰 몫을 했다. 특히 다른 주류(liquor) 상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인상적인 병 디자인은 대중에게 자연스레 각인되어갔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개성 있는 ..
노래하고 소설 쓰고 디자인하는 배트맨 마니아, 칩 키드 창작자들에게는 괴벽이 있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어떤 부류의 창작자들은 그런 평가를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괴벽을 하나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무리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의도된 괴벽’은 대중에게 금세 들통난다. 더구나 요즘처럼 인문학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는 시기에는, 미디어 스타의 ‘가면’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인문학을 접한 대중은 자연스레 ‘진짜’와 ‘가짜’를, ‘빛’과 ‘그림자’를 구분해내는 눈을 갖게 되니까. 그렇게 스러져간 몇몇 ‘인문학팔이’ 유명인사들을 대중은 실제로 목격한 바 있다. ‘진실’을 판별하는 척도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납득할 만한 것이 바로 ‘언행일치’ 아닐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에게는 신뢰가 가게 마련이다. 대중 앞에서는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주창하면서, 정작 자..
영감을 팔로우하자! 유명 디자이너 10인의 트위터 창작자들은 자기 색채가 진한 편이다. 디자인을 창작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게 자연스러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고정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작업은 아니라는 점에서 디자인은 창작에 근접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디자인은 보고서 작성 같은 일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을 ‘창작자’라고 일컫는 것 역시 딱히 어색한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자기 색채가 진한 편이다, 라고 바꿔 써도 크게 무리는 없다는 암묵적 동의 하에 오늘의 포스트를 이어가고자 한다. 작품의 개성만큼이나 대중에게 노출되는 그들의 캐릭터는 다채롭다. 그런 면모가 본인이 의도한 것이든 일상적인 것이든, 어쨌거나 줄곧 지속 가능한 성질로서 미디어에 각인되어왔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할 만하다. 가령, 칩 키드(Chi..
폰트 디자이너의 뮤즈, 그래픽 디자이너 제시카 히시(Jessica Hische) 제시카 히시(Jessica Hische)는 티파니와 웨스 앤더슨의 영화 작업에도 참여할 만큼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입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이자 일러스트 작가이다. 그녀는 재미삼아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고 싶은 글자(A~Z중 한자)를 꾸준히 작업해 올리기 시작한 데일리 드롭캡 시리즈로 유명해졌다.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면서도 심플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작업은 개인적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취향이다. 오늘은 타입디자이너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인 제시카 히시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 제시카 히시(Jessica Hische)의 공식 홈페이지 미려한 레터링, 드롭 캡스(Drop-Caps)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은 드롭 캡스(Drop-Caps)에 대해 알고있는가? 드롭 캡스는 문장 중 맨 첫글자를 강조하는 것을 말하..
<The Typography> 리뷰 2편: 타이포그래퍼가 말하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최근 각광받고 있는 타이포그래피는 전시 포스터나 팸플릿, 책, 기업의 아이덴티티 등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타이포그래피 속에 산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이포그래피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 소위 국내 타이포그래피 1세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타이포그래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Typography 말하기’ 장에서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이야기했다면, ‘Typography 듣기’ 장에서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관해 조금 더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정병규, 송성재, 한재준, 김민, 홍동원 등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책, 신문, 잡지를 디자인하는 이들을 만나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생..
영상으로 확인하는 우리 곁의 ‘활판인쇄(Letterpress)’ 1. 얼마 전 2주에 걸쳐 방영한 MBC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특집은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소환한 특별 무대로 꾸며졌다. 한때 각종 미디어 채널을 장식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그들이다. 시간의 흐름과 트렌드 변화 속에서, 그들은 후배들에게 영광을 전승하고 늠름하게 무대를 내려왔더랬다. 그런 옛 스타들이 다시금 과거의 무대를 재현한다는 콘셉트. 화양연화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그때 풋풋했던 스타들은 중년의 생활인이 되어 있다. 과연 전성기만큼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199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많은 팬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s)들은 한창 때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철 지난 ..
깔깔 낄낄 크리에이티브 잼잼! 〈조경규 대백과〉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책 제목에 떡하니 들어간 이번 신간에 대해 조경규는 한껏 겸양한다. “4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런 근사한 책을 만들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귀한 기회 중 하나였다”라고. 그렇고 그런 자서전의 낯간지러운 머리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변론을 약간 덧붙이자면, 지난해 11월 제10회 ‘더 티(The T) & 강쇼’ 세미나에서 목격한 연사 조경규는, 최소한 ‘체하는’ 부류는 결코 아니었다. “음식점 찌라시야말로 완벽한 디자인”, “굴림체는 폰트의 완성”이라고 진지하게 말하던 그였다. 어쩌면 이 사람은 ‘주류와 비주류’(일반성과 특수성)의 잣대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안 좋아하는 것’(개별성과 보편성)이라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