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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폰트 저작권 시리즈②] 3개 사례로 쉽게 이해하는 국내 폰트 저작권




폰트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폰트 저작권 시리즈’. 지난 1부 <아리송한 폰트 저작권, 이제는 확실히 알자!>(바로 가기) 편에서는 우리나라 폰트 저작권의 개념과 범위, 폰트 파일 이용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번 2부는 최근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보다 실질적인 국내 폰트 저작권 환경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례 1. 폰트 저작권 논의는 소비자•생산자 양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012년 9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1부는 폰트 디자이너 박모 씨가 자신의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이모 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아래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서체 자체는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해 만들어진 것으로, 문자의 본래적 기능과 분리돼 독립적인 감상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만큼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체 파일은 먹 작업으로 독특한 도안을 작성한 뒤,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 다음 컴퓨터로 윤곽선을 가감•수정해 만들어진 것.”

(따라서) “파일에 창의적 개성이 표현된 만큼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에는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모 씨 부부는 박씨에게 1,610만 원을 지급하라.”

(그러나) “서체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 웹사이트에 업로드 된 데는 박씨에게도 일부 파일 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_관련 기사(바로가기)



폰트 자체는 저작물로 볼 수 없지만, 디지털 데이터 형식의 폰트 파일은 저작물로 인정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두 가지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폰트’, 또 하나는 ‘폰트 파일’이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안다면 국내 폰트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미 ‘폰트 저작권 시리즈’ 1부에서 설명했듯이 폰트 도안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나, 폰트 파일은 보호 대상(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에 속한다.


위 판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재판부가 폰트 디자이너의 “파일 관리 소홀”을 이유로 (해당 폰트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은) 피고 측 책임을 70%로 제한했다는 사실이다.(해당 기사 원문 참고) 나머지 30%에 대한 책임은 원고 측에 있는 셈이다. 저작권법 준수 여부가 소비자의 이슈라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출시된 ‘폰트 파일’에 대한 관리는 생산자(개발자) 쪽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판결은, 폰트 저작권과 관련한 법적 논의가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사례 2.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한 무료 폰트, 저작권 위반일까?


앞서 알아보았던 판례가 국내 폰트 저작권의 기본 개념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 소개할 사례는 ‘활용 범위’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해 방영했던 예능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는 첫 회 방송에서 인상적인 자막 폰트를 선보였다. 타이포그래퍼 김기조가 제작한 ‘캐논 EOS M체’로, 캐논사에서 무료로 배포한 폰트였다. ‘EOS M’은 캐논의 미러리스 카메라 모델이며, 2012년 김기조의 타이포그래피가 각인된 스트랩과 함께 스페셜 키트로 출시되었다. 제품 홈페이지(바로 가기)에서는 캐논 EOS M체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무료 폰트인 ‘캐논 EOS M체’를 활용한 자막

출처: <달빛 프린스> 1회 화면 캡처



요컨대, <달빛 프린스>는 무료 폰트를 상업적으로(자막 글꼴로) 이용한 셈이다. 첫 회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 해당 폰트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올라왔고, 이에 프로그램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 무료 폰트지만 방송을 위해 저작권자인 캐논과 협의한 뒤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관련 뉴스 바로 가기)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무료 폰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반드시 사용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IT 매체인 블로터닷넷은 올 초 윤디자인연구소가 무료 배포한 ‘대한체’(내려받기) 소식을 전하며 무료 폰트의 상업적 사용권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기사 바로 가기)



윤디자인연구소의 무료 폰트 대한체

출처: 윤톡톡




사례 3. 특허 등록된 폰트 디자인,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한 카드사가 신제품을 선보이며 타이틀에 캘리그래피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해당 서체 개발자는 자신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무단 도용했다며 카드사를 고발했다. 또한, 해당 서체는 2010년 특허청에 등체록된 창작물로서 시중에 판매된 바 없으며, 저작권자 허가 없이 브랜드 이미지(BI)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측은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해당 서체의 디자인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이 사례에서 과연 해당 서체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펴낸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을 참고해보자. 

 

폰트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으나, 폰트를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프로그램 저작물로서 보호되고 있다. 따라서 PC에 정품인 한글 CD를 설치하여 그 중 하나의 글자체를 이용한 경우거나 별도로 폰트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구입하여 이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수 있으며, 이에 따라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자가 정한 저작물의 이용 조건과 범위를 ‘라이선스(license)’라고 하며, 이는 대개 이용약관 내지 민사상 계약 등으로 성립된다. 만약 사안에서 폰트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범위가 프로그램 내 문서 작성용으로만 설정된 경우,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서 사용한 바가 있다면 이는 라이선스 위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러한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적 제재는 받지 않을 것이지만, 민사상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


_<2012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


글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디자인권으로 등록되면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_<2009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



요약하면, 폰트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저작권법’이 아닌 ‘디자인보호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례 3에서 카드사가 사용한 캘리그래피 서체의 경우, 특허청에 등록되기는 했지만 파일 형태, 즉 ‘저작물’로서 시중에 판매된 바 없기에 ‘저작권법’에 저촉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위 <2012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의 내용처럼, 저작권자의 ‘라이선스’ 위반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금액은 발생할 수 있겠다.

 





※ 특허청과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이용하면 디자인권으로 등록된 폰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 화면은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서 ‘윤디자인연구소’를 입력했을 때 검색되는 디자인권 등록 폰트들. (해당 서비스 바로 가기 )



지금까지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국내 폰트 저작권의 기본 개념과 사용권 문제,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법과 관련한 내용은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법조항을 아무리 꼼꼼히 읽는다 해도 명확히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본다면, 관련 법에 대한 체감 정도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이번 ‘폰트 저작권 시리즈’ 2부를 통해 우리나라의 폰트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수월해졌기를 바란다.





▶ [폰트 저작권 시리즈①] 아리송한 폰트 저작권, 이제는 확실히 알자!

▶ [폰트 저작권 시리즈③] 한글 폰트 개발과 저작권 정책

▶ 폰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 벌의 폰트를 만들기까지

▶ 영문폰트, 중국어 폰트, 일본어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다?

▶ 폰코에서 윤디자인연구소 무료 폰트 내려받기